대통령선거 전자식 개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오던 한나라당이 24일 결국 당선무효소송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이회창후보가 대선 다음날인 20일 은퇴 기자회견에서 “선거결과에 깨끗이 승 복한다”고 밝힌지 4일만에 당이 이를 뒤집고 선거결과를 법정으 로 끌고간 것이다.
이 문제는 대선이후 한나라당 지도부의 정국운영 방향과도 연관 돼 있고, 당내 쇄신요구에 대한 대응의 성격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여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한나라당이 이날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하면서 내놓은 논리는 크게 두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각 지역별로 전자개표기가 100표 단위 로 분류한 표 묶음에서 다른 후보의 표가 발견되는 등 전자개표 기의 오류에 대한 증거가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측이 주장하는 대표적인 예가 경기도 안성이다.
노무현후보를 찍은 것으로 분류된 100표짜리 묶음에서 이회창후 보 지지표 12장이 선관위 직원에 의해 발견돼 한나라당측 참관인 에게 고지됐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측은 유사한 사례가 다수 더 있다는 주장이다. 또하나는 선관위가 전자개표기 사용과정에서 한나라당과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고, 검표과정에서도 규 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표일 3~4일 전 사전협의에서 전자개표 결과에 대해 수작업으로 검표하기로 합의해 놓고도 이를 지키지 않았으며, 한나라당 참 관인들이 검표를 요구했는데도 선관위측이 이를 제지했다는 것이다. 김영일 사무총장은 “당선무효소송이라는 형식이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점이 있어 고심했으나 봉인된 투표함으로 재검표하 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무효소송’이외에는 방법이 없어 불가피 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측은 “한나라당 주장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 하고 있다. 지난 6·13 지방선거와 8·8재·보선에서도 전자개표 기를 사용했고, 이때 수작업으로 검표한 결과 전혀 오류가 발견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자개표기는 사전에 충분한 검증을 거친 것이고 보완장치가 다단계로 마련돼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호열 선거관리실장은 안성지역의 오류문제와 관련, “한나라당 에서 주장한 것처럼 개표기에서 나온 표묶음을 점검부에서 확인 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후에도 철 저히 수작업을 진행해 확인했으나 더이상 오류가 전혀 없었으며, 문제의 12표 사건은 원인을 규명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측은 이날 일절 공식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당선 증까지 받은 상황에서 선관위와 한나라당 사이의 문제에 섣불리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선무효소송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내에서도 비판적인 분위기가 적지않다. 당 쇄신요구와 대선패배 책임론을 피해가기 위한 정치적 방어장치의 일환이 아니냐고 의 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23일 초재선 모임인 ‘미래연대 ’ 회의에서도 “당을 두번 죽이려느냐”는 불만이 표출됐다는 전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