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과 여성의 투표율 상승, 그리고 행정구역 크기별 투표율 변화.

 

마침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18대 대선의 투표율 분석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대한민국의 선거 전담기구답게 중앙선관위는 전국(투표구 1,421개)에 걸쳐 전체 선거인의 10%가 넘는 표본수(선거인 4,163,800명)를 가지고 광범위한 투표율 분석을 실시했으며, 이 표본조사에 의한 전국 투표율(75.6%)이 실제 투표율(75.8%)과는 약 0.2% 정도의 오차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러니 이 투표율 분석은 각종 언론의 그 어떤 투표율 조사보다 더 정확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테고, 2012년 12월 19일의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가장 실체에 근접한 투표율 분석이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요즘도 지난 대선과 관련해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선거 결과 자체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어쨌든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진 내용은 없기에 일단 중앙선관위의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제18대 대선 투표율 분석 결과를 나름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다들 기억하듯이 이번 선거에서는 곧 대통령에 취임하는 박근혜 당선인이 51.6%의 과반수 득표를 했고, 문재인 후보가 48.0%의 득표를 함으로써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그러므로 거의 모든 표가 제3의 후보 없이 완전히 양분된 셈인데, 좀 단순하게 말하면 유권자들 앞에는 딱 두 가지 길밖에 없었던 선거였다고 할 수 있다.

 

[사진자료: 연합뉴스]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공식적으로 확정된 총 선거인수(19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투표권을 갖는다)는 40,507,842명으로, 우리 나라의 전체 인구수 50,997,779명 대비 79.4%였다. 일반적으로 예견되는 것처럼, 이 선거인수 비율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한국은 세계에서 출생률은 가장 낮고, 고령화 속도는 가장 빠른 편이다). 그래서 노무현이 당선된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의 전체 인구수 대비 선거인수 비율은 72.6%였고, 이명박이 당선된 2007년 제17대 대선은 76.5%였다. 결국 압축해서 말하자면 전체 인구에서 점점 더 노년층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고, 그 결과로 청년층보다는 노년층이 선거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게다가 모두 알다시피 통상적으로 젊은이들은 노인들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데, 이번 대선에서도 역시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청년층의 투표율이 대폭 상승한 것은 분명히 주목할 만한 현상이었고, 이와 동시에 여성의 투표율이 남성을 앞지른 것도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무척 관심이 갔던 부분은, 20~30대의 투표율은 행정구역 크기가 작아질수록 대체로 낮아졌다는 사실이다(40대 이상은 별로 그렇지 않았다). 과연 이런 상황들이 실제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또 이런 결과를 볼 때, 우리는 향후의 선거에서 어떤 것들을 유념해서 지켜봐야 할까? 이번 포스트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대선 투표율 분석 결과,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을 세 가지 정도 살펴보도록 하겠다.

 

젊은층의 투표율이 예전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작년 12월 19일 선거에서는 모든 연령대의 투표율이 상승했는데, 특히 30대 이하 청년층의 투표율이 제17대 대선과 비교해서 매우 큰 폭으로 상승했다(19세: 54.2%→74.0%, 20대 전반: 51.1%→71.1%, 20대 후반: 42.9%→65.7%, 30대 전반: 51.3%→67.7%, 30대 후반: 58.5%→72.3%). 가장 적게 상승한 연령도 13.8%였고 가장 높은 경우는 무려 22.8%가 상승한 것인데, 40대와 50대 그리고 60대 이상 연령대의 상승폭이 4.6%~9.3%인 것을 보면 굉장히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장년층과 노년층의 투표율이 원래 높아서 상승 여력이 적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예전에 비해서 청년층이 그만큼 이번 대선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앞에서 말한 한국의 인구 구조 변화를 감안했을 때, 만약 젊은이들이 노인들과 비슷한 수준으로만 투표율이 상승했다면, 짐작건대 18대 대선 당선자와 낙선자의 득표율 차이는 3.6%(15,773,128표-14,692,632표=1,080,496표차)보다 훨씬 더 컸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

 

[이미지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 분석 자료]

 

중앙선관위의 자료에서 또 주목되는 내용이 바로 연령대별 선거인수 비율과 투표자수 비율 비교다. 어차피 19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투표권을 가지므로, 연령별 선거인수 비율은 우리나라의 인구 비율을 그대로 보여주는 수치일 테고, 투표자수 비율은 그 중에서 실제로 투표를 한 사람들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치일 것이다. 여기서 선거인수는 외부적인 상황과 무관하게 원천적으로 이미 정해져있는 것이고 투표자수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선거인수 비율과 투표자수 비율의 차이를 보면 연령대별로 어느 정도까지 투표 결과에 대한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는가를 보다 확실히 알 수 있는 셈이다.

 

이 표를 보면 알겠지만, 선거인수 비율과 투표자수 비율이 동일한 40대를 분기점으로 그 아래로는 원래 선거인수 비율보다 투표자수 비율이 적고, 그 위로는 투표자수 비율이 오히려 선거인수 비율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번 18대 대선에서 20대 이하~30대는 원래 가지고 있던 힘보다 더 적은 영향력을 발휘했고, 50~60대 이상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영향력을 선거 결과에 발휘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애초부터 대한민국은 노년층 인구의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기도 하고 투표율 자체도 젊은이들보다 노인들이 높으므로, 20~30대의 투표율이 웬만큼 늘어가지고서는 선거 결과에 대한 영향력에서 청년층이 노년층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 젊은이들이 노인들보다 투표율 상승폭이 2~3배 이상 높았는데도, 결국 30대 이하가 투표자수 비율에서 50대 이상에 확연히 밀리는 형세가 여실히 드러나지 않는가? 그리고 다들 예감하고 있듯이, 이런 흐름은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여성의 투표율이 남성의 투표율보다 높았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여성 투표율이 76.4%로 남성 투표율 74.8%보다 1.6% 높게 나타났다. 이게 뭐가 대수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 이후 모든 선거에서 남자의 투표율이 여자의 투표율보다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사실 자체가 그렇게 무시할 만한 성질의 것은 아닌 듯싶다. 물론 근소한 차이지만, 어쨌든 2012년 12월 19일 대한민국에서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더 많이 투표에 참여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투표권을 갖게 된 건 불과 몇십 년 정도밖에 안 된 걸로 알고 있는데, 민주주의 역사도 짧은 우리 나라에서 드디어 여성이 표면적으로라도 남성에 필적하는,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선거 영향력을 갖게 된 셈이다.

 

[이미지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 분석 자료]

 

이는 젊은 여성들의 투표율 상승을 보면 더욱 확연해지는데, 16대나 17대 대통령 선거에 비해서 이번에 20~30대 여성들의 투표율이 아주 급격하게 상승했다는 걸 위의 표는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7년 대선에 비해 모든 성별과 연령의 투표율이 상승한 가운데, 여자 20대 전반(46.2%→70.1%)과 여자 20대 후반(46.0%→69.2%)의 투표율이 무려 23% 이상 제일 크게 상승한 것이다. 부연 설명을 좀 더 하자면, 젊은층에서 유일하게 20대 초반의 투표율이 여성보다 남성이 높은데, 이는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군 복무자의 부재자 투표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무조건 하게 되어 있는 군대 부재자 투표만 아니면 30대 이하의 젊은이들은 전부 여성의 투표율이 남성의 투표율보다 더 높은 것이다. 그것도 1~2% 정도의 근소한 차이가 아니라 모두 6~7% 이상 비교적 큰 차이로 젊은 여성의 투표율이 젊은 남성의 투표율을 압도하고 있다.

[40대부터는 그 격차가 점점 줄어들다가 60대 이상에서는 여성보다 남성의 투표율이 더 높다]

 

적어도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에서만은 젊은 여성의 '개념'이 젊은 남성의 '개념'을 훨씬 앞서고 있는 셈이다. 이것만 봐도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더 나오지 말란 법이 전혀 없고, 여성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향후에도 계속 확대될 것임이 분명하다. 이는 박근혜가 잘하든 못하든 상관 없이, 그냥 대세가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사회 전반적인 여권 신장은 물론이고, 정치적으로도 여성들이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한다. 다음 2017년 대선에서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없는 후보는 절대로 대통령이 될 수 없을 것이며, 여성들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어필하는 후보가 지지율에서 상당한 이득을 볼 것이다. 대한민국의 젊은 여성들은 더 이상 정치에 무관심하지도 않고, 무지하지도 않다. 2008년의 촛불을 이끌었던 소녀들이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거치면서 막강한 정치적 집단으로 성장할 날도 머지 않은 걸로 보인다.

 

 

20~30대의 투표율은 행정구역 크기가 작을수록 낮아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율 분석 결과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 바로 이것인데, 이번 18대 대선에서 젊은층의 투표율은 행정구역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대체로 낮아지는 특징을 보였다. 즉 행정구역 크기별(특별시, 광역시, 중소도시, 읍, 면)로 투표율을 분석해보면, 20~30대의 투표율은 큰 도시에서 작은 도시로 가면 갈수록 전반적으로 낮아졌다는 말이다. 이게 도대체 무엇을 의미할까? 이 좁은 남한에서도 도농간의 차이, 더 정확히 말하면 도시 젊은이들과 농어촌 젊은이들 간에 어떤 식으로든 다른 경향성이 일부 있었다는 뜻 아닐까? 요즘처럼 어디든 스마트폰과 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시대에도 이런 차이가 드러났다는 점이 좀 의외였는데, 40대 이상에서는 행정구역 크기별 투표율이 별다른 특징을 나타내지 않은 데 반해 유독 젊은층에서만 이런 격차가 나타난 점을 볼 때 이와 같은 경향성은 꽤 생각할 여지가 많은 분석 결과인 듯싶다.

 

[이미지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 분석 자료]

 

사실 이 부분은 단순히 몇 마디 말로 설명되기 힘든 부분인 것 같다. 다양한 요인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테고, 아주 복잡다단한 여러 가지 현상들이 상시적으로 행정구역 크기별 차이를 만들었을 것이다. 이 분석 결과를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마구 헤집고 다녔지만, 그것을 간단히 정리해서 몇 줄로 쉽게 서술할 수는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쩌면 대구나 구미 등과 같이 소위 말하는 극보수 지역의 젊은이들도 읍면 지역의 젊은이들과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수도 있을 듯한데, 그런 분위기는 확실히 이번 대선의 젊은층 투표율에 부정적인 토양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너무 두루뭉술하게 피상적으로 서술해서, 마치 프랑스어 'Terroir'가 한국어로 뭔지 구체적인 설명을 피하는 와인 전문가를 대하는 것처럼 좀 답답하겠지만, 일단 여기서는 이 정도로만 얘기하고 다음을 기약하자. 아무튼 참 어려운 문제지만,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진보세력은 바로 이런 매듭들을 어떻게 풀지도 깊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해야 하니 말이다.

 

도시에 사는 50대 이상 여성들과 읍면 지역의 젊은이들..

 

박근혜 정권이 개헌을 하지 않는다면, 2017년에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과연 지금으로부터 5년 뒤인 2018년에는 누가 대통령으로 취임할까? 그 사람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선거의 투표율 분석 결과는 이번에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자료와 도대체 얼마나 다를까? 대한민국의 전체 인구 구성 자체가 변하지 않는다면(대체적인 추세로 볼 때 별로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분석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노년층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테고, 청년층의 비율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여성의 투표율은 향후에도 남성보다 높을 가능성이 다분하고(물론 전체적으로 차이가 크게 벌어지진 않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지방 소도시의 청년층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정권교체를 바라는 쪽에서는 도시에 사는 50대 이상 중년 여성들과 읍면 지역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앞으로 5년 동안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되지 않을까? 대표적인 예로 '아파트 부녀회' 같은 조직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가 중요할 듯하고, 노인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시골이나 지방 소도시의 청년층을 어떻게 투표장으로 끌어낼 것인가도 소홀할 수 없는 문제일 듯싶다. 아마도 이번 선거에서 48.0%의 표를 얻은 세력이 다음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약점을 해결할 보완책이 필요할 테고, 51.6%를 얻으며 정권을 차지한 쪽은 자신들의 지지기반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2017년에 읍면 지역에 사는 청년층과 도시의 50대 이상 여성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들의 표심이 바로 2018년 대통령의 얼굴을 결정할 것 같지 않은가..